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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하루 아침에 모두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성명 OOO
등록일 2025.02.06
조회수 5764
상담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그동안 저희 아이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워주시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아주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원장님의 교육 철학과 선생님들의 유능하고도 따뜻하신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저도 참 복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전세계가 우려하는 초저출산 국가에서 바로 이 어린이집을 믿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할 뿐 아니라, 둘째, 셋째까지 계획하시던 부모님들이 꽤 있었으니까요. 특히나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내몰리는 부모님들께, 이곳의 선생님들은 은인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부모의 미안한 마음과 염려까지도 선생님들은 모두 포용해주셨습니다. 걱정 말고 일하시라고, 아이는 잘 키워주겠다고, 늘 양육자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셨습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마치 저의 선생님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처음 부모가 되어 서투르기만 했던 그 몇 년 동안 이 어린이집을 통해 저는 아이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아이들이 졸업한 후에도 스승의 날이 되면 꼭 들러 인사를 드릴 참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아 모집이 되지 않아서 2월까지만 운영하시고 문을 닫아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정을 들어보니, 이미 오기로 약속했던 여러 학부모들께서 하루 아침에 변심을 통보하셨다고 해요. 그런 일이 며칠 상간에 급속도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교사들의 인건비 지급이 어려워져서 불가피하게 운영 중단을 결정하게 되신 모양이에요. 모두 사정이 있었겠지요.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그럴 의도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 기관에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전화를 돌려서,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는 대기가 많아서 못 올 거다’라는 언질을 주며 원아를 모집하시던 몇몇 국공립 기관들이 떠오르더군요. 엄마들은 그런 전화를 받으면 불안해집니다. 우리 아이가 나이가 차서 큰 기관으로 옮겨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럼 지금 당장 옮기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수밖에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 불안으로부터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안그래도 저출산으로 아이 수 자체가 부족한 현실에, 지금이 아니면 자리가 없다니요. 정말로 대기 원아가 넘쳐난다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원아들로 북적인다면, 선생님들께서 굳이 바쁘신 시간을 할애해 가며 타 기관 원아들에게까지 신경쓰실 여력이 있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이렇게까지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인 줄로 압니다만, 공교롭게도 그런 적극적인 곳들은 모두 국공립 기관이었습니다. 부디 우연이었기를 바랍니다.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다 열심히 잘 살아보려다가 일어난 일이겠지요. 다 저만의 사정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오늘 터전을 잃은 것은 우리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적게는 십년, 길게는 평생을 이 기관에 몸담아 오셨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라는 직업이 강산이 변하도록 한 자리를 지킬 만큼 경제적인 이득이나 명예가 뒤따르는 게 아니란 건, 우리 모두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이 어린이집을 평생의 일터로 삼아오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요.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뜻이 맞는 동료들과의 의리, 그 안에서 발현되는 직업적인 보람 등이 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선생님들께서 제공해주시는 그 건강한 텃밭 위에서, 우리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신뢰를 쌓았고, 우리 부모들은 생명을 기르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이것이 교육이 아니면 무엇을 교육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큰 기관은 큰 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몫이 있을 겁니다. 국가의 기관은 국가의 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잘 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 틈새에는 이렇게 건강한 텃밭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고, 사명을 다하기 위해 개인의 손해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는 진실한 교육자들이 있습니다. 비록 작고 허름하지만 사랑이라는 영양분으로 충만했던 그 터전을 잃게 된 오늘,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집니다. 선생님들께서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이렇게 누군가 읽고 지나쳐 버릴 힘 없는 활자뿐이라는 사실에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서초구청은 사명을 갖고 일하는 진정한 교육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교육자들의 헌신이 기관 덩치 싸움에 밀려 무색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숫자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실적이 아닙니다. 양육자들의 불안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작지만 꼭 필요한 몇몇 기관들, 그 안에서 오늘도 정성스레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주시는 교육자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부디, 숫자 너머의 인생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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